2017년 10월 필자는 ‘트럼프가 주는 기회’라는 주제로 기고를 했었다. 기업 친화적인 공화당 경쟁정책 집행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당국 요직에 임명할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유망한 미국 기업들을 인수·합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로 4대 무선사업자 중 스프린트(Sprint)와 T-모바일(T-Mobile)이 합병하는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불가능했던 기업결합이 다수 허용됐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국 유망 기업·사업부들을 경쟁법 차원에서 큰 문제 없이 인수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서 모든 기업결합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AT&T와 타임워너(Time Warner) 인수·합병은 법무부 반독점국이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타임워너가 트럼프에 비우호적인 CNN방송의 모회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입김에 대한 논란이 꽤 있었다. 법원은 나중에 AT&T와 타임워너의 손을 들어줬다.

법 집행이 다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좀 더 명백한 예는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수출을 대상으로 한 상무부의 232조(Section 232) 조사다. 이 조사는 외국 기업들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인지 살펴보라는 트럼프의 지시로 시작됐다. 결국 조사는 공식적인 결과 발표 없이 종결됐다. 최근 미 의회조사국은 232조 자동차산업 조사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조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적인 정치, 외교 및 법 집행 방식은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중단될 것이 확실하다. 우방과의 관계 회복, 파리협약 재가입 등 외교적 측면을 포함해 미국의 합리성과 법치주의에 근간을 둔 민주질서 회복이 기대된다.

이런 변화가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점은 미국에서 곧 강화될 법 집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결합 심사뿐 아니라 경쟁사 간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의 행동 규제 등에 대한 집행이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것이다. 바이든 정권인수팀의 경쟁법 담당이며 과거 반독점국 국장을 역임한 빌 베어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언급했으며, 정권인수팀의 경쟁정책 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내용이다.

외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을 때 처벌하는 해외부패방지법 집행도 트럼프 행정부 때는 증가한 벌금 액수에 비해 오히려 조사 건수는 줄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조사와 집행 사례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미 법조계는 예상한다. 이와함께 트럼프 때 중국에 주로 집중됐던 무역제재(Economic Sanctions)와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s into the United States) 심사도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시적 변화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준법경영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 강화된 법 집행에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기업들에는 좋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줄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법 해석과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법이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적용되며, 비록 그 결과가 미국 기업에 유리하지 않더라도 법이 제공하는 틀이 존중되고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준법감시 강화와 제대로 된 법률 분석, 상황 판단을 전제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대비를 철저히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법률적 위험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김용상 (율촌 국제분쟁팀장·미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