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Key Kim-Renaud was featured in Segye Daily in an article titled “[차 한잔 나누며] “문화대국 길 열려면 세계 통하는 보편성 찾아라 ([A tea-time conversation] If you wish to find a Great Korean Cultural Stage in the World, Look for its Universal Character)” on August 24, 2015.
美서 한국어·한국학 전파 32년 김영기 박사
“한국이 문화 대국이 되려면 한국 문화 특수성이나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은 식민지 지배와 분단을 겪기 이전부터 문화 대국이었으나 식민과 분단의 고통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이제 다시 문화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의 창조성은 우리 전통문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옛것에서 인간의 보편성을 되찾아 문화 융성 대국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32년간 미국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친 뒤 지난 5월 정년퇴임한 김영기 박사는 24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박사는 UC버클리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조지워싱턴대에서 동아시아어문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류소설가 한무숙(1918∼1993)씨의 장녀로 UC버클리대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딴 뒤 미국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김영기 박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이뤄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
김 박사는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문화 국가로 바뀌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창조성을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문화 융성 대국의 길도 한국의 다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유학시절 만난 프랑스인 베르트랑 르노 경제학박사와 결혼해 미국에서 생활한 다문화가정의 표본이다.
김 박사는 “미국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시로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온 나라에서 창조적인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K-팝, 퓨전 한식, 개량한복 등은 서양의 흉내를 낸 산물이 아니라 창조성을 추구하는 한국인이 만들어낸 문화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한국인은 지금 모든 분야에서 끝없이 창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학계에서도 동아시아를 알려면 중국, 일본과 함께 반드시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김 박사는 진단했다. 그는 “언어학적으로만 봐도 중국어에서 한글을 건너뛰고 일본어로 넘어갈 수가 없다”면서 “특히 세 나라가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활발한 상호교류를 통해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을 분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한자문화권 속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찾아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는지 탐구하는 데 진정한 한국학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전쟁과 식민지 피지배 경험도 궁극적으로 한국의 국제화와 한국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활용됐다. 양반문화에 젖어 있던 한국이 개방과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겠다는 정신무장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독도지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08년 7월 미 의회도서관이 독도 관련 주제어를 변경하려던 계획을 알아내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이슈화함으로써 이를 보류토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김 박사는 그러나 “한국이 독도영유권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은 좋지만 이 문제로 한일 간에 불협화음을 내기보다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화국가란 결국 문명인이 사는 곳이고, 한국 문화의 정수는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워싱턴=글·사진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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